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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해 타입 샘플] 그렇게 알아달라고 눈치를 줬는데

오버워치 가브리엘 레예스 드림글



-드림 평일 전력 137회 주제

-짝사랑 드림

-드림주와 레예스는 직급이 다릅니다.



*마감이 끝나지 않은 글입니다.

*간간히 수정하고 마무리 짓습니다.







잠겨죽어도 좋으니, 너는 내게 물처럼 밀려오라.

-이정하, 낮은 곳으로










네가 레예스를 좋아한다는 것은 오버워치 내에서 당사자만 모르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. 블랙워치에 합류한 그날부터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매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넌 그와 자주 붙어다녔고 레예스의 신뢰와 총애를 받는, 몇 안 되는 요원이자 최고의 파트너였다.

늘 애틋함이 담긴 시선을 그에게 보내지만 그는 죽었다 깨어나도 절대 이 사실을 알아채지 못 하겠지. 하지만 괜찮았다.

...아니, 사실은 괜찮은 척하는 것이었다. 무언가를 바라고 그를 좋아하는 건 아니었지만 솔직히 너는 꽤 많이 힘들었고 지쳐갔다. 그의 행동 하나, 말 한 마디에 죽을 듯이 끙끙 앓기도 하고, 별 의미 없는 사소한 것에 혼자 설레기도 하고, 다른 사람과 있는 모습에 보잘 것 없는 질투를 하기도 했다. 

너는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에게 고백할 용기도 그럴 생각도 없었기에, 이번 주 역시 그의 주변을 배회하는 것으로 시간을 흘려보냈다. 


하루는 같이 지내던 요원들이 답답했는지, 참다 참다 훈련 도중에 레예스를 한 번 떠봤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무척 가관이었다.



"사령관님, 혹시 연애 같은 거 하실 생각은 없으십니까?"

"왜, 누가 나 좋대냐? 군인한테 그런 거 할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. 근데 이것들이... 하라는 훈련은 안 하고. 10바퀴 추가. 걷는 새끼 한 명이라도 있으면 1바퀴씩 추가."



요원들의 쓸데없는 오지랖 덕분에 죄 없는 너까지 강도 높은 훈련을 하게 된 건 이야기 안 해도 뻔했다.

레예스의 해산이라고 말하는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너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. 레예스가 했던 말이 너무 신경쓰인 나머지 훈련 성과도 평소와는 다르게 시원찮았고 집중도 되지 않았다. 훈련이 끝났지만 너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멍한 시선으로 그를 좇았다. 

새삼스럽게 그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본다. 날카로운 눈매와 높은 콧대, 꾹 다문 입술. 언뜻 보면 사나워보이는 인상을 가졌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얼굴이었다. 듣기 좋게 낮은 목소리에 간결한 말투까지. 또 얼마나 다정한지, 겉으로는 틱틱거려도 요원들을 잘 챙기는 모습에 찡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지. 

무의식적으로 그의 모든 것을 칭찬하는 네 모습에 문득 '아, 내가 정말 이 사람을 사랑하는 구나' 라고 느꼈다. 



"너, 뭐하냐."



한참 너만의 생각에 빠져있는 그때, 너는 깜짝 놀라 뒤로 쓰러질 뻔 했다. 네가 그렇게 사랑해 마지않는 그의 얼굴이 코 앞에서 보인 것도 모자라, 그의 눈동자에는 오롯이 자신만이 담겨있었기 때문에. 

얼굴이 달아오르고 온 몸이 뜨거워지는 거 같았다. 심장이 너무 세차게 뛰어 금방이라도 제 몸을 뚫고 추락할 거 같은 기분에 정신이 아찔해졌다. 


너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심호흡을 크게 하고는 뒤로 물러났다. 



"게이브, 그렇게 갑자기 다가오면 놀라잖아."


"아까부터 계속 불렀는데 못 들은 건 너고 대놓고 걸어왔는데 못 본 것도 너지. 얼굴은 또 왜 그렇게 붉어, 어디 안 좋냐?"


"그건 아닌데, 놀라서 그런 거지... 뭐해?"



레예스는 무심하게 옷을 툭툭 털고 일어나더니 잡으라는 듯 네게 손을 뻗었다.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눈만 꿈뻑거리고 있자, 그는 짧고 간결하게 "잡아." 라고만 할 뿐이었다.

얼떨결에 그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. 여전히 어리둥절하고 있는 너를 보며 레예스는 풉, 하고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.



"기운 없는 파트너 기분 전환이라도 시켜주려고 그런다. 나가자."



***



"... 그래서 기분 전환하러 온 곳이 여기야?"



 탁 트인 하늘과 넓게 펼쳐진 바다가 한 눈에 보이는 곳. 기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했지만 명당이라 불리어도 손색이 없을 만한 전경이었다.


그는 대답 대신,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며 바다를 응시할 뿐. 


너는 한숨인 듯 아닌 듯 애매한 숨을 내뱉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. 

기지 밖으로 나온 게 얼마만이더라.

열 손가락을 다 써도 모자랄 만큼이나 오랜만인 건 확실했다. 근래 너는 임무나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이상 집무실이나 개인실에 있었다. 그 배경에는 당연히 레예스가 있었고. 



"훈련 때부터 멍하던데 어디 아프기라도 하냐. 아니면 고민이 있는 건가?"



걱정섞인 목소리로 대화를 튼 레예스는 네 머리에 툭하고 가볍게 손을 얹었다. 



"뭐야, 걱정하는 거야? 안 어울리게."


"언제는 걱정 좀 해달라며. 이젠 해줘도 싫대냐."


"... 참나, 싫다고는 안 했거든. ... ... 뭐, 걱정은 아니고 고민거리는 있네요."


"고민? 그게 뭔데. 한 번 들어는 주지."



허, 참.

선심 쓴다는 말투에 기가 찬 너는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. 얄미워죽겠다는 표정으로 레예스를 노려보자,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네 눈을 피했다.



"내가 진짜 어이가 없어서... 눈치가 요만큼도 없는 누구 덕분에 늙는다, 늙어. 어휴."






달님. 취미로 글을 씁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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